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치매는 환자 본인 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는 무서운 질병인데요.
내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뉴스플러스에서는 치매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여홍규 사회정책팀장 나와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얼마나 늘고 있는 거죠?
◀ 기 자 ▶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53만명 정도입니다.
4년 전인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27%나 늘어났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추세 대로라면 오는 2025년에는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퇴행성 질환인 치매 환자가 느는 현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30, 40대 젊은 나이에 조기 치매가 오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조영익 기자기 취재했습니다.
◀ＶＣＲ▶
올해 서른살인 김상철 씨.
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둬야 했습니다.
◀ＩＮＴ▶ 김상철(30세)/치매 환자
"혼자서 뭘 계획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돼요."
병원 진단 결과는 '치매'.
시간이 지나면서 병세는 더욱 악화돼 얼마 전까지 집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ＩＮＴ▶ 김상철(30세)/치매 환자
"건물이 다 비슷비슷하니까 헷갈려서..."
최근 조기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60세 미만의 조기 치매 환자는 5년 전 990여 명에서 지난해 1천420여 명으로 40% 이상 급증했고, 3~40대의 '젊은' 치매 환자도 지난해 1천280 명으로 5년 전보다 36%나 늘었습니다.
노인 치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지만 알코올성 치매 환자도 14%나 됐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뇌의 기억 저장소라고 할 수 있는 '해마'가 손상을 입은 겁니다.
◀ＩＮＴ▶ 김 모 씨/알코올성 치매 환자
(집은 어디인지 기억나세요?)
"지금 기억나는 게 없어요."
실제 알코올성 치매 환자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ＩＮＴ▶ 김미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단순히 기억력만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치매라고 하면 화를 내시고 인정을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막상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이용할 시설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재 치매 요양시설은 65세 이상이 돼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고, 치료를 받고 싶어도 돌봐줄 시설조차 없어 젊은 치매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영익입니다.
◀ 여홍규 기자 ▶
이처럼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2년 현재 '국가 총 치매 비용'은 연간 8조 7천 억원,
2020년 18조9천 억원, 2030년 38조 9천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매 환자가 생기면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너무나 큽니다.
임경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ＶＣＲ▶
75살 동갑내기 부부.
◀ＳＹＮ▶
"운동 갔다 와서 재밌어?"
박승익 할아버지는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아기 돌보듯,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할머니가 24시간 옆을 지키고 있지만 할아버지 몸에는 상처 투성입니다.
◀ＳＹＮ▶ 곽재임(치매 환자 보호자)
"내가 옷 주워입고 나가려고 하면 먼저 막 뛰어나가요, 그래서 넘어져서 (다치고)..."
할머니도 몸이 성한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할아버지를 돌보느라, 할머니는 자신의 마음을 보살필 여유조차 없습니다.
◀ＩＮＴ▶
"(남편을 구박하다가도) 안됐다 싶어서 '내가 뭐라고 했어도 이해해줘' 그리고, 제가 밤낮 '(나를) 용서해줘' 하고 (남편을) 달래고 그러죠."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 100명을 조사했더니 10명 가운데 5명은 일하는 시간을 줄였고, 나머지 3명(27%)은 직장을 아예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ＩＮＴ▶ 김승현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나중에는 심리적인 불안감, 정신적인 문제점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악화되는 상태까지..."
치매 환자를 돌보다 가족까지 병들어 '질병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
저소득층, 빈곤층,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치매 환자를 사회가 돌봐주는 시스템이 절실하단 지적입니다.
MBC뉴스 임경아입니다.
◀ 여홍규 기자 ▶
치매는 최대한 조기에 발견하는 게 최선인데요.
나윤숙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나 기자! 현재까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는 거죠?
◀ 나윤숙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약은 치매의 진행을 늦춰주는 수준이고요.
치매를 완치 시키거나 예방하는 약은 아직까지도 임상시험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인지치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 치료를 받는 환자들 모습인데요.
실제 연구에 따르면, 인지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7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여홍규 기자 ▶
그러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 나윤숙 기자 ▶
가족들이 이상 행동을 제 때 포착해 내는 게 가장 중요한데요.
치매 환자를 다룬 드라마의 한 장면인데요.
이렇게 후라이팬을 태우는 일이 잦아지는 것처럼 치매는 사소한 증상부터 나타납니다.
똑같이 태우더라도, 누군가 지적을 했을 때 가스불을 켜 논 걸 기억해 낸다면 단순 건망증입니다.
하지만 가스불을 켜 놓은 사실을 아예 기억 못 한다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 하는 건데요.
특히 매일 운동을 하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위험이 80% 정도 줄어드는 데요.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ＩＮＴ▶ 김승현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
"뇌혈류가 많이 증가하고 뇌세포와 세포 사이에 있는 이런 연속부위를 많이 풍성하게 하기 때문에..."
또 책을 읽으면서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하고, 뇌건강에 좋은 생선과 녹황색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좋습니다.
◀ 여홍규 기자 ▶
치매는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병이 진행되면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 명심하셔야 겠습니다.
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나윤숙 기자)
